『오늘부터 마왕!』말투로 따져본 캐릭터별 건방짐도(度) (1)

들어가기에 앞서...

 우리말과 더불어 높임말이 잘 발달되어 있는 말이라고들 하는 일본어. 그러나 그 쓰임은 역시 우리나라와는 다를 수밖에 없기에, 일본어를 곧장 해석한다고 해서 그것이 우리나라에도 통용될 훌륭한 표현이 될 것이라 보는 것은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반말을 높임말로 해석해야 할 경우도 있고 높임말을 반말로 해석해야 자연스러워 보이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손쉬운 예를 들자면, 일본에서 교양 있는 마나님들은 누구에게나 '~さん(~씨)'을 붙이며 대개 존대를 쓴다. 심지어 자식들에게까지도.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에게 인사를 건네는 상황을 상상해 보자.
 "XX 씨, 오늘은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요?"
 ......-_-;

 자, 그러므로 일본어를 우리말로 번역하는 데 있어서 인물의 말투를 어느 정도의 높임 혹은 낮춤말 수준으로 유지해 주어야 할지 심히 고민되지 않을 수 없다. 그 와중에 전생과 현생, 종족 간 수명차이에 따른 애매한 상하 관계로 守辰사랑을 괴롭히는 애니가 있었으니, 그 애니의 이름은 『오늘부터 마왕!』. 이 글에는 허접한 번역의 미흡함을 조금이라도 보완해보려는 守辰사랑의 꼼수도 숨어 있음을 알아주시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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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부야 유리 : 건방짐도 ★★★ (별3개 만점)

 주인공이다. 마왕님이시다. 진마국 제일의 대빵님이시다. 그래서 그런지 이 녀석, 진마국에서는 웬만하면 말을 놓는 경향이 있다. 진마국 사람들은 겉보기 나이의 약 5배에 해당하는 실제 수명을 가진다는 사실을 고려해 볼 때, 이것은 어머어머 어마어마한 친화력이라 할 수 있다. 이쯤 되면 이명박에게 '형님!' 했다는 노홍철도 울고 가겠다. 그러나 유리도 이 사람들 앞에서는 꼼짝할 수 없나니, 그 이름도 유명한 진마국 3대 마녀 중 2人 폰 카베르니코프 경 아니시나와 폰 슈피츠베그 경 체칠리에! 아니시나에게는 '아니시나 씨', 체칠리에에게는 '체리 님'이라 부르며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임을 우리는 이해해 주어야 한다. 이들에게서 풍겨나오는 포스는 필경 장난이 아니리라.
 그럼 지구에서는 어떠할까? 우선 부모님을 어떻게 부르는지 살펴보자. 쇼마에게는 '아버지', 미코에게는 '어머니'라 부르며 존댓말을 사용하고 있지만 이것은 '守辰사랑표 필터'를 통해 걸러져 나온 것임을 밝힌다. 유리가 사용하는 'おやじ(아버지)', 'おふくろ(어머니)'라는 단어는 약간 성숙한 남자아이(중고등학생 쯤)부터 어른까지 사용하는데, 듣기에 그다지 좋은 단어라고는 말할 수 없다. 건들거리는 냄새가 난다고 보면 약간 이해가 빠르겠다. 자신들을 'ママ(마마, 엄마)', 'パパ(파파, 아빠)'라고 불러주길 바라는 부모의 극성에 시달리면서, 거기에 반발하는 심정으로 이런 말투를 쓰게 된 것은 아닐까 하고 추측도 해본다.
 그 다음으로 형에 대한 호칭도 짚어보자. 유리는 자신의 형을 보고 '쇼리'라고 이름으로 부른다. 사실 일본에서도 자기 형을 보고 '형', '형님', 또는 앞에 이름을 붙여서 '누구누구 형'이라고 부르는 게 대부분이지, 이름만 부르는 경우는 별로 없는 듯하다. 어렸을 땐 드레스를 입히든 '형아'라고 부르게 하든 뭘 시켜도 순순히 따라하며 깜찍함을 과시하더만, 커가면서 상당히 거칠게 변했구나, 요 녀석. 이 역시 'おに-ちゃん(형아♡, ♡ 표시 필수)'를 강요하는 쇼리에 대한 반발심이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어쨌든 현재 유리는 형을 '쇼리'라고 부르면서 자기가 아쉬울 때 '형아'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어렸을 때를 제외하면 단 1회), 일단 자막에서는 둘이서만 대화할 땐 주로 '쇼리'라 부르게 하고 부모님이나 남들 앞에서는 '형'이나 '쇼리 형'이라고 지칭하게끔 만들고 있다. 남 앞에서는 그래도 격식을 차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 다만, 61화를 기점으로는 쇼리에게 '형'이라 부르는 횟수를 늘리려고 생각 중이다. 쇼리는 그때 유리를 자신이 업고 가야 할 상대가 아니라 함께 걸어가야 할 상대라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고, 유리도 그것을 느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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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웰라 경 콘라트(콘라드) : 건방짐도 ☆
 사실 건방짐도에 있어서는 흠잡을 것 없는 청년(?)이 아닐까. 프린스 3형제 중 유일하게 유리를 '폐하'라 부르며 존댓말을 쓰고 있다. 요즘은 유리도 계속 지적하기가 벅찬 모양인지 만류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작품 초반에만 해도 유리가 콘라드에게 서먹하니까 '폐하'라 부르지 말라는 장면이 제법 나왔다. 물론 그럴 경우 콘라드는 '유리'라고 이름을 부르는데, 이때 원래 콘라드의 말투는 반말에 가까웠다. 그래서 콘라드가 유리에게 말할 때 존댓말과 반말이 왔다갔다 하도록 번역하는 사람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것이 별로 바람직하다고 보지 않는다. 왜냐하면 보는 사람들이 헷갈리거든. 결과적으로도 '폐하'와 '유리'를 섞어 쓰는 지금, 여전히 콘라드는 유리에게 존댓말을 고수하고 있으니 콘라드의 유리에 대한 말투는 존대로 고정시켜주는 편이 낫지 않을까.
 혹시 지금쯤이면 일본어를 알면서 守辰사랑의 자막을 지켜봤던 분들 중에 이런 생각을 하는 분도 계실지 모르겠다. 이렇게나 예절 바른 상큼청년 콘라드가 시부야 쇼마와 재회했을 때(59화), 왜 자막에서는 쇼마에게 사용하는 존댓말을 반말 혹은 하게체 수준으로 깎아내린 것일까? 유리가 왕이라면 유리의 아버지인 쇼마는 대왕마마(...) 격이기 때문에 인물 간 상하관계를 따져 보아도 당연히 시부야 쇼마가 상위에 위치하는데 말이다. 여기서 잠깐, 혹시 콘라드가 줄리아의 영혼을 소중히 품에 안고 여행했던 26화를 기억하시는지? 콘라드는 쇼마를 처음 만났을 때, 우울한 티를 팍팍 내며 제법 재수없게 굴었다(솔직히 한 대 때려주고 싶었다). 그때 이미 콘라드는 쇼마에게 말을 까버렸으니 이제 와서 다시 존대를 쓰는 것도 좀 웃기겠다는 생각이 들어 하게체 노선을 유지하고 있다.
 하여튼 공손해야 할 상대에게는 적절히 공손하고 아랫사람에게는 적절히 위엄을 보여주는, 자신의 위치에 딱 맞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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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폰 비레페르트 경 볼프람 : 건방짐도 ★★★

 진마국의 제멋대로 프린스, 약칭 '제멋대로 프'가 무색하지 않다. 즉 만만찮게 건방지다.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건 당연히 반말이며, '모든 사람은 내 발 밑에 있다'는 듯한 느낌이 팍팍 풍기는 딱딱한 말투. 다만 유리와 다른 점이 있다면, 볼프람은 자신이 모셔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에겐 절대 불손하지 않다는 것. 이 녀석이 현재 존대를 쓰고 있는 인물을 모아보자면 어머니 체칠리에, 형님 그웬달, 그리고 장래 시부모님 혹은 장인장모가 될 거라 굳게 믿고 있는 시부야 부부 정도일까. 마치 가족의 서열을 정해놓고 자신보다 서열이 낮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무시하는 애완견 같다는 생각이...털썩.

by 守辰사랑 | 2005/10/30 15:37 | †내 인생의 만화·애니†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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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kaiyas at 2005/10/31 13:19
유리나 볼프람의 건방짐이 귀여움으로 다가오니 이것은 눈에 콩깍지가 단단히 씌워진 징조인가봅니다...
콘라드야 젤로 좋아하는 캐릭터이니 건방지든 아니든 상관없지만 진마국 최고의 상큼남...
Commented by 유라 at 2005/10/31 14:10
혹시 이번 편 자막을 올리시지 않았나 들렀다 블로그까지 왔는데^^
글 재밌게 보고 갑니다. 굉장히 사실적인(?) 글임에도 불구 리듬감이 있다고나 할까요.. 자막 제작도 그렇지만 守辰사랑님은 글도 잘 쓰시는 것 같네요^^
Commented by 코루키 at 2005/10/31 21:49
재미있게 잘 읽고 갑니다.
Commented by 나답게 at 2005/11/02 01:24
재미있어요.^^ 만들면서 좀 고민했다는...;; 아니시나의 경우 저는 그냥 반말로 땜빵을;; 체리에게는 아직 모르겠군요.;; 그웬달도(64화) 체리한테 반말하는데 좀 놀랐습니다.; 체리는 또 존대를 하는군요.;;
아, 수진사랑님, 마왕 자막 만든 게 있는데 손 좀 봐주세요.;; 제대로 배우지 않고 만든 거라 오역과 듣지 못한 부분이 상당합니다만...;; 여긴 게시판이 없군요...ㅠㅠ
Commented by 守辰사랑 at 2005/11/03 00:19
kaiyas / 그러게나 말입니다. 별3개 만점짜리 녀석들이 왜 이리 귀여워 보이는 것인지...쿨럭...

유라 / 저는 원래 글을 잘 못 써서, 글 한 편을 지어내려면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리거든요. 그런 글을 재미있게 봐주셨다면 기쁩니다. ^^

코루키 / (2)에는 아마 나머지 인물들을 쑤셔박지 않을까(...) 해요. 그때도 재미있게 읽어주시길. ^^

나답게 / 해석하면서 고민하게 되는 이유가 바로 일본의 존댓말과 우리나라의 존댓말이 1:1로 대응하는 게 아니라는 점 때문이죠. 체리의 존대 같은 경우는 그웬달을 높은 사람으로 여겨서 하는 존대가 아니라 교양 있는 말투를 위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그냥 반말로 해석하셔도 사실 별 상관이 없지요. 질문사항이 있으시면 http://happyspell.ivyro.net으로 들어와 자유게시판을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Commented by 카무이 at 2005/11/21 23:29
어라 건방짐도 볼프람이 1등할줄 알아는데 유리 랑 같네 초반에 건방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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