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키 토모카즈? 그게 누구예요?

[2006.05.16] 원문을 쓰신 분께서 글을 내리셨기 때문에 주소 역시 삭제합니다.


 과제를 하던 중이었습니다. 제출일은 아직 멀었지만 무지막지하게 밀려 있는 터라 쏟아지는 졸음으로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자판을 두드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머리를 식힐 겸 인터넷을 하다가 알게 된 세키토모 기미가요 사건. 이제는 너무 화가 나고 억울하고 분하고, 주체할 수 없는 배신감에 두통 따윈 저리 가랍니다. 잠이 올 것 같지도 않습니다.

 세키 토모카즈. 일본 남자 성우 중에서는 모리카와 토시유키 상, 치바 스스무 상과 함께 제 베스트3에 드는 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단연코 톱이었습니다. 성우 팬이라고 해도 저는 그냥 자기 혼자 목소리를 듣는 것에 만족하지, 이것저것 출연작 찾아 듣고 그 사람 개인에 대해 궁금해하는 스타일은 아닌지라 사실 세키토모상이 그동안 팬, 특히 한국팬들에게 보여왔던 개인적인 이미지는 잘 모릅니다. 다만 수진 님과 함께 토크를 하기도 했고 한국에도 몇 번쯤 물 건너 오는 등 일본 성우로서는 이례적으로 한국과 참 연이 많구나 하는 생각 정도는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뒷통수를 때려버릴 줄은 정말로 몰랐네요.

 저는 적어도 남들에게 훤히 알려져 있는 사람이면 정치인이든 연예인이든 아나운서든 운동선수든 그 누구든지 간에 공인이라고 생각하며, 그런 '공인'이라는 작자들의 잘못된 행동에 관대하지 못한 편입니다. 비록 실수였을지라도요. 그 사람도 사람이니까 그럴 수 있다? 그 사람 하나가 대중에게 미치는 엄청난 파급효과를 생각해야지요. 그런데 하물며 이런 악의가 다분히 섞인 고의성 장난-'장난'이라기에도 뭐합니다만 딱히 다른 말이 생각나지 않네요-이라뇨. 더 볼 것도 없는 겁니다.

 한국 성우계가 돌아가는 것을 조금이라도 아시는 분은 다 기억하실 그 박 모 성우의 제명 사건. 그분 연기 참 좋아했고 정말 성우계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목소리와 연기라고 생각했습니다만 그 사건이 터진 이후로 즐겨보던 '타임머신'도 이를 박박 갈며 끊었습니다. 롯데리아 선전만 나오면 슬그머니 채널 돌렸습니다. 목소리를 들으면 들을수록 그 밑에서 마음고생 몸고생 하셨을 후배 성우님들의 모습이 떠올라 씁쓸하기 그지없더군요. 이제 이것도 마찬가집니다. 세키토모상 목소리만 들으면 직접 그 일을 당하신 분들의 황당함과 분노, 지금 저를 비롯한 다른 많은 분들이 겪는 허무함과 배신감이 떠오를 것 같아 두렵고 또 두렵습니다. 아무리 연기를 잘하고 아무리 목소리가 멋지다고 한들,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배려도 없는 그런 사람의 목소리를 들으며 마냥 좋아라고 있을 수 있을 정도로 전 신경이 무디지 못합니다.

 일본어 잘 모른다고, 해외팬이라고, 면전에서 사람 무시하며 그런 식으로 행동해놓고 혼자서 얼마나 낄낄대셨나요. 주변 사람들과는 또 얼마나 킥킥거리면서 심심할 때 씹을 거리로 삼으셨나요. 적어도 속으로만 생각할 순 없었던가요. 또, 꼭 가식으로 좋아하는 척을 했어야 했나요. 모르겠습니다. 정말 그 사람의 심중을 모르겠어요. 최근 '채운국 이야기' 자막을 만들면서 류휘 귀엽다고 꺅꺅거리고 세키상 만세라며 눈물 줄줄 흘리던 제가 다 창피해 죽겠습니다. '채운국 이야기'는 인제 감상조차 하기 힘겨울 텐데 자막을 어떻게 해야 할지 더 고민 좀 해봐야겠습니다. 아마 부정적인 결론이 날 것 같습니다만 혼자 만드는 자막도 아니고 해서 여러모로 불투명하네요. 앞으로 저는 세키 토모카즈라는 성우, 모르기로 했습니다.

덧1) 세키토모상 옹호하시는 분들 있다면 제발 정신 좀 차리십쇼.
덧2) 와아. 천천히 타이핑하고는 있지만 흥분한 상태라 그런지 치는 중간중간 오타 아주 지대 났습니다. 그거 수정하느라 더 짜증. -_-;
덧3) 이런 빌어먹을. 세키토모, 당신 땜에...당신 땜에...내 레포트 어떡할 거냐고!!!

by 守辰사랑 | 2006/05/09 03:15 | †聲의 향연/작은 음악상자† | 덧글(13)

Commented by 모옌 at 2006/05/09 03:18
(지나가다 들렀습니다.)
요즘 세키모토상 사건때문에 떠들썩 하더군요. 평소에도 한국이 싫어~하던 분이라면 몰라도 한국어도 배우시고 한국좋아해요~의 인상이었는데 이렇게 뒤통수를 때릴줄은. 일본인들의 이중성엔 정말 질립니다.
Commented by 세닐리아 at 2006/05/09 07:53
헉.... 이 포스트보고 처음 알았어요. 전 세키상이 저의 베스트는 아니라서 그렇게 충격은 아니지만.. 그래도 안심하거나 그럴만한 상황은 아니네요. 정말 심하군요. 저도 세키상 목소리 참 좋아했는데.
Commented by yukineko at 2006/05/09 10:14
저도 오늘 돌아다니다 이 사건에 대해 알았는데... 참 씁쓸하기 그지없군요.
차라리 평소 우리나라에 대해 별 감흥 없이 인연도 없던 사람이라면 그냥 한번 화내고 끝나겠지만, 평소 해온 행동이 그렇지 않던 사람이 이런 식으로 사람을 모욕했고, 나중에 뒤에서 그걸 가지고 비웃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더 화가 나고 기분이 참 끔찍해지는 군요.
공인도 인간이라지만, 공인으로서 서 있을 때는 자신이 공인이라는 자각을 해줬으면 합니다.
Commented by 손님 at 2006/05/09 10:25
그 인간 왜 그랬는지 참...-_-
읽고 보니 이거~!! 아이쿠야 수진사랑님입니까!!ㅠ0ㅠ
아무리 개념없는 그런 찌질이라지만 채운국이야기는 계속 볼 생각인데..;
채운국 자막 정말로 그만두는 겁니까..OTL;;;
Commented by eduman at 2006/05/09 10:42
아침부터 화가 나는 일을...
저도 그 성우가 참 근사했습니다.
갓페이씨나 메구미씨처럼 독특한 목소리는 아니지만,
캐릭터마다 확연히 다른 목소리와 연기력에 참 좋아라 했었죠.

모든 일본인들이 저렇지는 않을거야.. 라고 바래볼랍니다.
Commented by kaiyas at 2006/05/09 10:55
그리 성우에 큰 관심이 없고 그냥 듣는것만 즐기던 저에게도 큰 충격이네요...
이 글을 읽고 다른 것도 한번 뒤져보았는데 '한국이 좋아~~'라는 뉘앙스를 풍기던 사람이 그런 마음을 갖고 있었다는 것 자체가 큰 충격입니다... 일본인은 속마음을 그리 내보이지 않고 겉에서 보이는 모습이 크다 들었지만 이렇게 직접적으로 보기는 처음입니다...
채운국이야기는 스토리와 다른 분들때문에 끝까지 볼 생각이지만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네요.... 공인의 모습으로 보여져야할 사람들이 자신이 공인이라는 자각을 잊는일이... 이런 일이 다시는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 큽니다...
Commented by 핀치 at 2006/05/09 12:35
세키토모상은 제가 초등학교땐가 중학교땐가 코믹에서 정말 가까이서 뵌 분입니다만 그 때 그렇게 생글생글 웃던 분이 이런 분이셨을 줄이야...-_- 어이쿠, 그라비테이션 돌려보면서 좋아하던 제가 다 부끄럽습니다.
Commented at 2006/05/09 14:3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aosora at 2006/05/09 18:53
저는 신경 쓰지 마시고 마음 가는대로 결정하세요.
채운국 이야기 자막은 수진사랑님의 결정에 따르도록 하겠습니다.
저도 이번일 듣고 많이 씁쓸합니다. (한숨)
Commented by CaiJLe at 2006/05/10 15:39
하아, 이 사건 정말 파급효과가 크군요. 채운국은 역시 소설로 답파해야 할 것 같습니다.(12일날 2권이 정발되더군요.)
덧. 어째서 덧3)에서 공감하게될까요?(어이쿠야.)
Commented by 元銘 at 2006/05/10 23:44
같은 과 친구중 애니XX에서 나처럼 애니 챙겨보는 아이가 오늘 이 얘기를 대략 문자로 남겼는데........머엉-_.....................
Commented by force at 2006/05/11 21:18
다른 일본성우분들도 한국을 그렇게 볼까요..?
정말..! 씁쓸합니다.. 역시 일본인이었군요...
그래도 수진사랑님, 채운국이야기 자막작업은 중도하차하시지 않으시길.. -_ㅜ _ㅇrz
Commented by 플로렌스 at 2006/05/12 23:58
안녕하세요. 수진사랑님. 그동안 자막 감사히 잘 보고 있었습니다. 초면이지만.. 하도 공감이라 글을 남깁니다. 공인이면 그 파급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지요. 세키씨는 그 사실을 잠시 잊었어요. 그렇게 쓴 것이 설사 장난이라해도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지요. 참, 이렇게 글 쓴 참에 링크 데려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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