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와 만화

 마땅히 포스팅할 거리도 없고 포스팅할 시간도 없고...그런 관계로 이번 학기에 써서 냈던 레포트나 올려봅니다. 거의 참고도서들 짜집기 수준입니다. -_-b 그러니까 마음대로 퍼가시면 안 됩니다;; 일기에 올리기는 너무 긴 이야기라 만화/애니 카테고리로 살짝 분류. (실은 주인장이 본 카테고리가 부실해질까봐 억지로 끼워넣었다는 후문이 있다.) A4용지 4장 분량이라 조금 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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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은 신문을 펼치면 하루에도 몇 차례씩 디지털 뉴미디어에 관련된 기사가 소개되어 있고, 관련 산업의 동향과 분석이 쏟아져 나온다. 실제로 미디어 다음(http://news.search.daum.net)에 ‘디지털’이라는 검색어를 넣고 검색을 해보면 2004년 10월 1일 하루만 해도 82건의 기사가 검색된다. 그만큼 디지털 관련 산업과 기술은 널리 이용되고 있고, 또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소리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접하는 ‘디지털’이란 말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디지털은 신호의 종류이자 이 신호를 처리하는 방식의 일종이다. 아날로그는 연속적으로 변화하는 데이터를 표현한 것인데 반해, 디지털은 데이터를 숫자로 바꾸어 처리한 것을 말한다. 디지털 신호 처리방식은 아날로그 방식에 비해 신호전송 과정에서 손실을 줄일 수 있어 뛰어난 정보재생 능력을 가지며, 다양한 종류의 정보일지라도 공통된 디지털 코드를 가지므로 서로간의 변환이 자유로워져 호환성이 증대된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아날로그 방식은 디지털 방식으로 대체되며, 그 과정에서 발전한 디지털 정보처리기술과 전송기술, 압축전송기술, 저장기술 등을 토대로 하여 디지털 뉴미디어가 등장한다. (*김영석, 「디지털미디어와 사회」(서울:나남출판, 2000), pp.28-85. 정리.) 1990년대 들어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한 디지털미디어 테크놀로지 덕분에 지금 우리는 휴대전화로 친구에게 문자를 보내고, CD에 담긴 음악을 들으며 길거리를 걷기도 하고, 컴퓨터와 인터넷을 활용하여 과제를 하거나 쇼핑을 하며, 케이블 TV로 자신이 좋아하는 채널을 골라서 시청할 수도 있다. 자신의 하루를 디지털과 함께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렇듯 디지털은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만화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만화는 기본적으로 작가가 손으로 그리고 종이에 인쇄되어 출판되는 활자매체라 디지털과는 관계가 없을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현재 만화를 제작하는 방식에서부터 만화의 유통 구조, 예비 만화가의 양성에 이르기까지 디지털미디어와 기술은 만화 산업에 적지 않게 스며들어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컴퓨터와 인터넷의 활용이 두드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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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전적인 만화 원고 제작 과정에는 크게 두 단계가 있다. 첫째, 만화가가 스토리를 구상하고 원고를 그리는 단계, 둘째, 작가가 원고에 연필이나 색연필로 써놓은 대사를 만화 편집부가 컴퓨터로 타이핑한 후 출력하여 말풍선 안에 붙여 넣는 단계가 바로 그것이다. (*편집부에서 말풍선 안에 넣는 글자를 ‘식자’라고 한다.) 그런데 디지털기술이 발달, 파급되면서 이 과정이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우선 원고 그리기 단계가 어떻게 변화하였는지 살펴보자. 만화가가 원고를 그릴 때는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치게 된다. 먼저 원고용지에 연필로 밑그림과 컷을 그린 다음, 펜과 잉크로 선을 입히고 지우개질을 하여 연필선을 지운 후 먹칠을 한다. 만약 잘못 그린 부분이 있다면 먹칠이 끝난 후 화이트를 이용해 일괄적으로 수정을 해준다. 그리고 스크린톤 (*필름종이에 각종 스크린을 인쇄하여 이면에 접착제 처리를 한 것. 다양한 무늬를, 손으로 직접 그리는 것보다 훨씬 짧은 시간 안에 해줄 수 있게 하는 만화용 도구 중 하나이다.)을 붙이고 말칸을 수정한 후 확인하면 만화 원고가 완성되는 것이다. (*http://myhome.hanafos.com/~lmr1212/frame1.html) 이 모든 과정은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대개 손으로 이루어져왔으나, 근래에는 일일이 손으로 그리는 제작 방식에서 탈피하여 컴퓨터를 이용한 부분작업이 늘고 있는 편이다. 『오디션』의 만화가 천계영 씨의 경우 펜으로 그린 원고를 스캔해서 포토샵을 이용하여 스크린톤·채색 작업을 하고, 『정크북』을 그린 양영순 씨는 샤프로 그린 그림을 컴퓨터로 읽은 뒤 포토샵으로 선을 강조하여 마치 콩테로 그린 듯한 독특한 질감을 부여한다. 이것은 컴퓨터가 만화 도구를 대신한 사례라고 볼 수 있는 한편 컴퓨터 작업이 그림 자체를 대신하기도 한다. 박흥용 씨가 『영챔프』에 연재하는 『내 파란 세이버』는 매우 정교한 배경을 보여주는데, 이는 자료사진을 컴퓨터로 여러 차례 가공하여 만화적인 느낌을 준 것이다. (*http://manalove.com/data/study/c2.htm)

 1994~1995년도만 하더라도 만화가가 컴퓨터로 작업을 하고 싶다면 하드웨어 구입에만 1천만 원 전후의 비용이 소요되었다. 그러나 일반적인 가정용 PC가 컴퓨터를 이용한 만화 작업에 요구되는 하드웨어 수준을 넘어선 2000~2001년에는, 만화에서의 디지털 작업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박무직, 「박무직 만화공작소」(서울:바다출판사,2002), p.12.) 만화의 디지털 작업은 많이 하면 할수록 작업이 편해지고 원고에 사용할 수 있는 자신만의 그림이 풍부해진다는 장점이 있으므로, 컴퓨터를 이용한 원고 제작은 점점 늘고 있는 상태다.

 다음으로 말풍선 안에 컴퓨터로 프린트한 대사를 붙여 넣는 단계인 식자작업에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살펴보자. 기존의 식자 제작방법은 여러 단계를 거쳐야만 하는 상당히 번거로운 것이었다. 편집부에서 원고를 복사하여 글씨체와 크기를 지정하면, 그 대사를 타이핑하여 파일로 만든다. 그 다음 레이저 프린터로 출력해서 한번 교정을 보고, 파일을 인화지로 옮겨 식자가 만들어지면 식자 뒤에 양면테이프를 붙여 한 줄 한 줄 잘라내 원고 위에 붙여야 한다. 그러던 중 컴퓨터가 발전하면서 1998년부터는 출판사가 직접 컴퓨터와 출력기를 갖추고 식자를 출력하여 쓰기 시작하였다. 이것은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제작비가 절감될 뿐 아니라 마감시간까지 단축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컴퓨터를 이용한 식자작업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만화출판사가 컴퓨터를 갖추고 전자출판을 하게 되면서 컴퓨터상에서 원하는 글자를 넣어 바로 인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방식은 시간과 인력, 제작비가 절감되고 원고가 손상될 일이 없어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위의 책, pp.16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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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듯 디지털은 만화를 그리는 방법을 변화시킴과 동시에 만화와 독자 사이를 연결시키는 새로운 방식도 제공하였다. 현재 우리나라 만화 시장의 유통이 이루어지는 곳은 서점과 대여점 등인데, 이제는 인터넷이 그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만화잡지를 거쳐 책으로 출판하는 전통적인 만화 유통 시스템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이 세계 1위를 차지할 만큼 우리나라의 인터넷 환경이 선진적이라는 점을 생각해볼 때, 필연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을 이용하여 서비스되고 있는 만화의 유형은 신문이나 잡지의 만화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신문 만화, 인터넷 만화, PDF 만화, 웹 브라우저를 이용하거나 온라인 뷰어를 이용하여 서비스되고 있는 전자책 만화, Shockwave 만화, 동호인들의 작품 활동으로 구성된 동인지 사이트, 만화 관련 물품들의 전시와 판매를 중심으로 한 중고 만화 매매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온라인 만화 서비스 유형은 기존의 종이만화를 스캔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 만화 유형이다. 국내 온라인 만화방은 2000년 3월 라이코스가 만화방(http://comics.lycos.co.kr)을 개설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하였다. 지금은 다음(http://comic.daum.net), 신비로(http://comic.shiniro.com) 등의 포털 사이트에서 스캔 만화 서비스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N4(http://www.n4.co.kr)처럼 전문적으로 만화를 다루는 사이트도 다수 생겨났다. 그뿐만 아니라 학산문화사(http://www.haksanpub.co.kr), 대원씨아이(http://www.candy33.co.kr) 등 만화출판사가 자체사이트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http://jcrhie.pe.kr/wwwb/data/board1/출판정보사회학_만화산업-이화정.hwp)

 또한 기존에 출판된 만화를 서비스하는 대신 직접 온라인상에 연재하는 형태의 만화도 생겨났다. 1990년대 초만 해도 만화잡지 시장은 매우 활기를 띠었으나, 현재는 판매부진으로 인한 종이 만화잡지의 잇따른 폐간이 이어져 10종정도만이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인터넷 만화잡지는 전망이 어두운 만화잡지 출판의 현실을 인식하고 그 탈출구를 찾으려는 하나의 시도이자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만화가 김혜린 씨는 인터넷 만화잡지 창간을 보도하는 뉴스의 인터뷰에서 잡지의 창간 이유를 “종이잡지와는 다른 새로운 시도를 해 볼 수도 있고 독자들과 1:1 소통이 가능한 온라인의 장점이 크다고 생각했습니다.” (*YTN TV 2003년 9월 2일 뉴스)라고 밝히고 있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독자들과의 소통이 활발히 이루어지기에, 작품-실험적인 만화일 경우에는 특히-에 대한 반응과 수요를 빠른 시간 안에 가늠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표적인 인터넷 만화잡지 사이트는 악진(http://wwww.akzine.co.kr), WE6(http://www.we6.co.kr) 등을 들 수 있다. 굳이 만화잡지를 통하지 않고도 온라인상에 만화를 연재하는 작가도 있다. 2003년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3위에 올랐던 심승현 씨의 『파페포포 메모리즈』는 이런 온라인 만화가 인터넷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책으로 출판된 경우다. 이렇게 인터넷은 출판된 만화로 명성을 얻은 작가에게만 열려있는 공간이 아니다. 누구나 만화를 그려 독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매우 개방적인 공간인 것이다. 이것은 미래의 만화작가가 자신의 재능을 펼치는 데 유리한 환경을 제공하기도 한다. 예전에 신인작가가 등단하기 위해서는 만화잡지에 자신의 원고를 싣는 방법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거의 없었지만, 이제는 인터넷이 언제나 등단의 길을 열어주고 있다.

 최근에는 새로운 만화 유통 경로로써 CD-ROM에 만화를 담아 판매하는 방법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물론 「만화로 배우는 일어회화」나 「재미있는 성경만화」와 같은 CD도 발매되므로 CD-ROM에 만화가 담겨져 나오는 형태는 전혀 새롭다고 할 수 없으나, 이것은 출판만화의 새로운 유통 경로와는 다소 거리가 멀다. KBS에서 드라마화 되어 다시금 커다란 주목을 받게 된 원수연 씨의 작품 <풀하우스>도 2장의 CD에 전16권의 만화와 일러스트들을 담아 현재 판매되고 있다. CD-ROM은 대용량의 저장능력을 갖고 있으며, 작은 금속 원반형태로 휴대하기에 간편하다는 장점으로 인해 멀티미디어의 확산에 크게 기여한 디지털 정보의 저장매체이다. (*김영석, 「디지털미디어와 사회」(서울:나남출판, 2000), pp.124-125.) 따라서 만화를 CD-ROM의 형태로 저장하게 되면 만화책보다 부피를 훨씬 덜 차지하며 정보 저장 공간이 많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으로 편하게 만화를 소장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아직 CD-ROM 만화는 우리에게 생소한 판매형태지만, 온라인 만화방과 웹 만화를 통해 컴퓨터로도 만화를 읽는 독자들이 늘어난 만큼 앞으로의 귀추를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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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화는 빌려보는 것이 당연하다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지금 우리 만화시장은 침체되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은 만화의 작업 방식을 바꿈으로써 제작의 시간과 경비를 절감시켜주었으며, 손만으로는 표현하기 힘들었던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또한 컴퓨터의 발달과 인터넷의 열린 공간은 만화를 유통하는 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와, 만화의 활약무대를 지면에서 컴퓨터 화면으로 확대하면서 더 많은 독자들과 즉각적이고 상호작용적인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했다. 디지털은 현재의 어려운 만화업계의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를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만화는 많은 예술 장르 중 어느 무엇보다도 유연성 있는 장르라고 생각한다. 사진이나 회화처럼 아름다운 그림을 우리에게 보여줄 수 있고, 거기서 더 나아가 글과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사진과 그림이 표현할 수 있는 것보다 더욱 깊은 이야기를 보여줄 수도 있다. 또한 컷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면 마치 영화와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보는 이의 시선이동을 유도하면서 극적인 효과를 얻어낼 수도 있으며, 말풍선과 의성어를 사용하면 소리를 시각화할 수도 있다. 많은 장르의 예술을 아우르는 자유로움을 지닌 만화는 다른 뉴미디어와의 결합 가능성도 타 장르보다 더욱 클 것임을 예상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만화가 디지털 시대에서의 그 무한한 가능성을 발휘하여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더욱 발전해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by 이화여자대학교 사범대학 과학교육과 이은지

by 守辰사랑 | 2004/11/18 21:05 | †내 인생의 만화·애니†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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